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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으로 몸을 바꾼 미륵선화(彌勒仙花) 미시랑(未尸郞)


심술궂은 ‘산산’이 영글어가던 가을을 산산이 짓밟은 직후, 그래도 가을은 높아만 간다.
높푸른 하늘로 곱게 단장(端裝)한 참새 여럿이 무엇이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낮은 비행(飛行)으로 빠알간 잠자리 눈알을 멀뚱멀뚱하게 한다.
공교롭게도 중국(中國) 이름을 단 태풍(颱風)이 마지막 한 뼘의 볕만이 필요(必要)한 온갖 과일을 사정없이 내질러 놓았다.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고집(固執)하는 중국식(中國式) 땅따먹기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수많은 고혼(孤魂)들은 오늘도 쉬이 잠들지 못할 것 같아 멀리서 마음만 한없이 깊어져 간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미륵선화 미시랑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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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慶州) 시외버스터미널을 나와 서천(西川)을 따라 걸어간다.
냇물이 벌써 붉게 물드는 것을 보니 가을이 예서 얼마쯤 있을 것 같다.
갈대도 제법 바람에 살랑거리고, ‘귀뜰’ 언저리엔 한낮인데도 비형랑(鼻荊郞) 무리들이 추수준비(秋收準備)가 한창이다.
‘풀은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난다고 했던가?’ 아무리 세찬 비바람이 앞을 막아서도, 나아갈려는 추동력(推動力)을 간직한 서라벌인(徐羅伐人)들에겐 그 어떤 어려움도 이젠 없으리라. 오랜 기지개를 켜고 화랑(花郞)을 찾아가자, ‘손에 손 잡고’ 말이다.


화랑국선들의 요람으로 다시 태어난 ‘화랑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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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랑(花郞)을 통해 나라를 부흥(復興)시킬 꿈에 부풀은 때는 신라(新羅) 24대 진흥왕(眞興王) 삼맥종(彡麥宗)-深麥宗이라고도 한다- 시대(時代)였다.
7살에 큰아버지 법흥대왕(法興大王)의 뒤를 이어 왕위(王位)에 오른 진흥대제(眞興大帝)일심(一心)으로 불사(佛事)를 일으키고, 크게 신선(神仙)숭상(崇尙)해서 낭자(娘子)의 아름다운 자를 가려 뽑아 원화(原花)로 삼았다고『삼국유사(三國遺事』 탑상(塔像)()한다.
그러나 두계(斗溪) 이병도(李丙燾 : 1896~1989) 박사(博士)지적(指摘)하였지만 원화제(原花制)시초(始初)는 이보다 훨씬 오랜 옛날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신라(新羅) 2대 남해차차웅(南解次次雄 : 서기 4~24)이 누이 아로(阿老)로 하여금 신궁(神宮)제사(祭祀)케 하는 데서 보듯이 신라(新羅)여성단장(女性團長)원화제(原花制)연원(淵源)신라(新羅) 개국(開國) 초기(初期)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妥當)할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나『삼국사기(三國史記』에 진흥대제(眞興大帝) 37년에 화랑(花郞)을 처음 두었다고 기록(記錄)한 것은 아마도 원화제(原花制)남성단장(男性團長)화랑제(花郞制)교체(交替)되던 시기(時期)진흥왕대(眞興王代)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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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삼국유사(三國遺事)』로 돌아가 보자.


미륵선화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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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제(原花制)를 둔 이유는 무리를 모아 인물(人物)선발(選拔)하고, 효제충신(孝悌忠信)으로써 이들을 가르치려 함이었고,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크게 필요(必要)한 것이었다.
이에 남모(南毛)준정(俊貞)원화(原花)선출(選出)하니 그 모인 무리가 삼사백인이었다고 한다.
준정(俊貞)-『화랑세기(花郞世紀)』에는 삼산공의 딸이라고 한다-은 남모(南毛)-『화랑세기(花郞世紀)』에는 법흥대왕(法興大王)과 百濟 보과공주의 딸이라고 한다-를 질투(嫉妬)하여 음모(陰謀)를 꾸미었다.
그것은 남모(南毛)를 위한 술자리를 베풀고, 남모(南毛)를 취하도록 술을 먹인 후에 몰래 북천(北川)으로 데리고 가서 돌로 쳐 죽인 후 묻어버리는 것이었다.
남모(南毛)의 간곳을 몰라 애태우던 남모(南毛)의 무리들은 슬피 울면서 온 서라벌(徐羅伐)을 뒤지고 다녔다.
그때 그 음모(陰謀)를 아는 자가 있어 노래를 지어 거리의 소동(小童)을 꾀어 부르게 하였다.
마로써 서라벌(徐羅伐) 초동(樵童)을 움직여 선화공주(善化公主)를 차지하고 백제왕위(百濟王位)에 오른 서동(薯童)이도 이때의 준정(俊貞)남모(南毛)의 이야기를 차용(借用)하여 9회 () 투아웃 이후(以後) 만루 홈런을 날렸던 것은 아닐까? 이내 그 노래 소리는 온 서라벌(徐羅伐)에 가득하였다.
남모(南毛)의 무리들이 이 노래를 듣고 북천 가운데서 남모(南毛)시신(屍身)을 찾고는 더욱 화가 난 무리들은 준정(俊貞)을 죽이고 말았다.
소식(消息)을 들은 진흥대제(眞興大帝)원화(原花)폐지(廢止)하라고 추상같은 명령(命令)을 내린다.
그러나 이태가 지난 () 생각하니 ‘나라를 ()하게 하려면 반드시 풍월도(風月道)를 먼저 일으켜야 된다고 하면서, 좋은 집안 남자(男子) () 덕행(德行) 있는 사람을 가려 뽑아 화랑(花郞)이라고 이름 하였고, 설원랑(薛原郞)-『화랑세기(花郞世紀)』에는 7세 풍월주(風月主)기록(記錄)되어 있다-을 받들어 국선(國仙)을 삼으니 이것이 화랑국선(花郞國仙)시초(始初)였다고, 화랑제(花郞制)출발(出發)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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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以後) 25대 진지대왕(眞智大王 : 576~579) 시절(時節) 흥륜사(興輪寺) 스님 진자(眞慈)항상(恒常) 미륵상(彌勒像) 앞에 나아가 진심(眞心)으로 ()하는 맹서(盟誓)의 말을 하면서 “우리 대성(大聖)이여! 화랑(花郞)으로 몸을 바꾸어 이 세상(世上)에 나타나 내가 항상(恒常) 얼굴을 가까이 하고 모시게 해주소서.” 하였다.
진자(眞慈)간곡(懇曲)정성(精誠)이 나날이 깊어져갈 즈음, 어느 날 밤 꿈에 한 스님이 “네가 웅천(熊川) 수원사(水源寺)에 가면 미륵선화(彌勒仙花)친견(親見)할 수 있으리라” 하였다.
깜짝 놀라 잠을 깬 진자(眞慈)스님은 한달음에 그 절을 찾아 걸음마다 절을 하며 수원사(水源寺)에 이르렀다.
이때 절문밖에 아름다운 소년(少年) 하나가 반가운 눈웃음으로 진자(眞慈)인도(引導)하여 객실(客室)로 데리고 갔다.
이에 진자(眞慈)가 “그대는 나를 모르는데, 어찌 나를 접대(接對)함이 이렇게 융숭(隆崇)한 것인가” 하고 물었다.
소년(少年)이 “나 역시 서라벌(徐羅伐) 사람이라 대사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맞이했을 뿐이요” 라고 하고는 문밖으로 나가서 간 곳을 모르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진자(眞慈)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냥 우연한 일이라 생각하고는 수원사(水源寺) 스님에게 꿈 얘기와 여기에 온 뜻을 말하면서 “이곳에서 미륵선화를 기다리고자합니다” 하였다.
그러자 그 절 스님은 “이로부터 남쪽으로 가면 천산이 있는데, 예로부터 현인철인(賢人哲人)이 머물러 있다고 하는데 어째서 그곳에 가지 않습니까?” 하였다.
진자(眞慈)는 스님의 말대로 산 아래에 가니 노인(老人)으로 변한 산신령(山神靈)진자(眞慈)를 맞이하며 “여기 와서 무얼 하려는가? 전에 수원사(水源寺) 문밖에서 이미 미륵선화를 보았는데 다시 무엇을 찾으러 왔는가.” 하는 것이었다.
놀란 진자(眞慈)지체(遲滯) 없이 흥륜사(興輪寺)로 돌아왔다.
달포쯤 후 이 소식을 들은 진지대왕(眞智大王)진자(眞慈)를 불러서 “소년(少年)이 자기 스스로 서라벌인(徐羅伐人)이라 했으니 성인(聖人)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늘 어찌 성안을 찾아보지 않는가?” 하였다.
진자(眞慈)는 사람들을 모아 徐羅伐 거리로 미륵선화(彌勒仙花)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영묘사(靈妙寺) 동북쪽 길가 나무 밑에서 화려(華麗)하게 단장(丹粧)하고 눈 매무새가 수려(秀麗)소년(少年) 하나가 놀고 있었다.
놀란 진자(眞慈)는 달려가서 “이 분이 미륵선화(彌勒仙花)이시다.” 하며 물었다.
“낭(花郞)의 집은 어디에 있으며 동네이름은 무엇인지 듣고자 합니다.” 하니 ()이 “내 이름은 미시(未尸)인데 어려서 부모(父母)를 잃어 ()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였다.
이에 진자(眞慈)()을 가마에 태워가지고 대궐(大闕)로 가서 ()을 만났다.
그러자 진지대왕(眞智大王)()국선(國仙)으로 삼았다.
() 화랑(花郞)의 무리들은 서로 화목(和睦)하고 예의(禮儀)로써 그를 받드니, 풍류(風流)세상(世上)에 빛남이 칠년(七年)이었는데 ()홀연(忽然)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이에 진자(眞慈)는 몹시 슬퍼하면서 일심(一心)으로 ()를 닦고는 마지막에는 그 역시 간곳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세상(世上) 사람들이 말하길 “대성(大聖)이 오직 진자(眞慈)정성(精誠)감동(感動)된 것만이 아니고, 또한 이 땅에 인연(因緣)이 있으므로 자주 나타난 것이다.”고 하였다.


국립경주박물관 뜰에 전시된 석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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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연(一然)스님은 미륵선화(彌勒仙花) 미시랑(未尸郞)출현(出現)을 자세히 기록(記錄)하고는 말미(末尾)찬시(讚詩)로써 홀연(忽然)히 자취를 감춘 아쉬움을 토로(吐露)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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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화(仙花)를 찾아 걸음마다 사모하는 그 모습 www.pjnonsul.com
   도처(到處)재배(栽培)한 공(功 )이 한결 같구나. www.pjnonsul.com
   홀연히 봄이 돌아와도 찾을 곳 없구나. www.pjnonsul.com
   뉘라서 알으리 경각(頃刻 : 눈 깜박이는 동안)에 상림홍(上林紅)을. www.pjnonsul.com
  


미륵선화 미시랑이 연꽃으로 현신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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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륜사(興輪寺)를 알리는 화강암(花崗巖) 표지석(標識石)을 바라보며, 이곳이 그날은 영묘사(靈妙寺)였을 것인데 하며 단정(端整)한 담을 따라 걸어본다.
세차게 달리는 차량(車輛)만이 보일뿐 그 어디에도 미륵선화(彌勒仙花) 미시랑(未尸郞)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담벼락을 지나자 건강한 누런 나락이 바람에 일렁이면서, 어디선가 사물놀이 한마당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홀연(忽然)히 사라졌던 미시랑(未尸郞)진자(眞慈)스님이 벼이삭 사이로 성큼 성큼 다가서고 있다.
마주 꽉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며 떨리며… www.pj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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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한자
1.飛行  2.必要  3.固執  4.花郞  5.新羅  6.一心  7.神仙  8.崇尙  9.娘子  10.博士  11.指摘  12.祭祀  13.開國  14.初期  15.妥當  16.記錄  17.交替  18.時期  19.人物  20.選拔  21.孝悌忠信  22.選出  23.嫉妬  24.陰謀  25.小童  26.樵童  27.借用  28.廢止  29.命令  30.男子  31.德行  32.恒常  33.眞心  34.盟誓  35.世上  36.懇曲  37.精誠  38.親見  39.少年  40.引導  41.隆崇  42.遲滯  43.聖人  44.華麗  45.丹粧  46.秀麗  47.父母  48.大闕  49.和睦  50.風流  51.忽然  52.感動  53.因緣  54.吐露  55.到處  56.端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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